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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가을을 찾아서.

by 영숙이 202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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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만나러 간다.

 은퇴해서 할 수 있는 좋은 일이다.

 

 아파트 주차장 한 옆에는 초쵀해진 느티나무가 초연한 얼굴로 의연히 서서 종종 거리며 지나 다니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단풍으로 물든 벚꽃 잎새가 잊을만 하면 한오라기씩 바람에 펄럭펄럭.

 

 

 

 가을을 만나러 간다.

 

 알록 달록한 산 자락 ~ 기웃 기웃

 

 가을 고추 잠자리  ~ 머뭇 머뭇.

 

 숲 내음 속에 파묻혀 들려오는 새소리 ~ 덤.

 

 산속 밥집의 청국장 냄새가 유난히 구수하다.

 

 이래 저래 숨을 들이 마시다.

 

 ~ 훅훅.

 

 

 

 가을을 만나러 간다.

 

 

 

 도시의 바쁨에 찌들고 찌들다가 물소리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40대 초 였나?

 

 물소리 위에 놓여진 대나무 들마루에서 곤히 잠들었다.

 

 말끔하게 사라져 버렸던 일상의 피로.

 

 ~ 경이로운 황홀감.

 

 일어나서 다시 달렸었더랬다.

 

 이제는 그렇게 달리지 않아도 좋으니 너무 좋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게 

 

 일상의 작은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것이

 

 ~ 무엇일까나.

 

 

 

 작은 시냇물 소리.

 

 불어 오는 바람 소리.

 

 숲사이 새소리들.

 

 

 

 그 소리들에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다시금 힘을 내서 청춘들이 달렸으면 좋겠다.

 

 책임을 짊어지고 내일의 태양을 바라보게 할 수 있다면.

 

 

 

 코스모스 얼굴이

 

 어렸을 적  추억 속 

 

 강가에서 만났던 소녀 얼굴이 되어 바라본다.

 

 

 

 임도 자갈길을 저벅 거리며 밟는 이중창 소리.

 

 철희야. 네가 있어 이길을 오른다.

 

 혼자라면 절대 가지 않았을 길을

 

 갈일도 없고

 

 갈 수도 없는 길을

 

 네 덕분에 간다.

 

 

 

 너는 저만큼 앞서 가다가 내 발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뒤돌아 보다가

 

 보이지 않으면 보일 때까지 기다려 준다.

 

 나는 네가 기다릴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 놓고 천천히 헤찰을 한다.

 

 

 

 산골짜기 물위로 튕겨져 나오는 가을 볕도 세어보고

 

 만추의 꽁무니를 따라 휘적이는 고추 잠자리도 눈으로 쫓다가

 

 매끄리한 진한 갈색 꿀밤도 줍는다. .

 

 

 

 가을을 찾아서

 

 가을을 만나러 간다. 

 

 산중턱에 있는 넙적한 바위에 누워서 만난다.

 

 

 

 귀여운 하얀 구절초 얼굴로 만나고

 

 노란 야생 국화 얼굴로 만난다.

 

 빨강 단풍은 아직 멀었나보다.

 

 

 

 빨강 단풍 ~ 가을을 찾아서

 

 가을을 만나러 올일이 남아 있어서 좋다.

 

 대운산 중턱으로 ~

 

 불광산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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