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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랜저 안녕>
![](https://blog.kakaocdn.net/dn/cDO0TO/btrX3ZPWRwE/GankF4yJfcI6Yu4a0EW96k/img.jpg)
태화강역 앞 투섬 3층에서
자동차 검사날자가 2월 5일까지니까 2월 5일까지 폐차해야 한다.
2월 5일이 일요일 빨간 날이라서 2월 6일까지 해도 되지만 2월 4일인 금요일 오늘 하기로 하였다.
이것 저것 차에서 꺼내 놓으니가 많기도 하다.
엘리베이터 탔는데 같이 탄 15층 아저씨가
"무슨 수리하나 봅니다?"
"자동차 폐차 하려는데 이렇게 쓰잘데없는게 많네요."
일단 앞베란다 구석에 쌓아 놓고 아점을 먹었다.
아점은 콩나물 밥에 콩나물 국
콩나물 밥에 간장하고 들기름을 넣어가지고 젓가락으로 비벼서 콩나물 국하고 먹었다.
다시 내려가서 나머지 짐을 담는데 와우 많다. 전기방석과 전기 담요 그리고 전기 매트들
jinnssam의 40대와 50대 때 겨울 밤에 교회에서 철야할 때 썼던 것들이다.
금요일이면 모두들 돌아간 빈 성전에서 아직 사람들이 남기고 간 온기와 전기매트의 온기를 의지삼아 교회 긴의자에서 잤던 일들이 떠오른다.
실내화가 3켤레나 된다.
운전석에 작은 서랍에서 동전들이 나오고 철희가 안전밸트가 흘러 내린다고 단추 달라고 들고 온 바늘이 아직도 있다.
단추를 달겠다고 대답하고는 폐차 할 때까지 단추 안달고 안전밸트를 하고 다녔다.
정말 말안듣는 아줌씨.
처음 차를 타고 대전에서 내려올 때가 생각난다.
1999년 생산 당시 나름 최고급종이라서 그런지 시에로 에넥스 몰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앞유리창의 시야가 넓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서리 낌 방지 버튼을 누르니까 서리가 사라지던 신기함.
자동차 유리창이 외제차처럼 앞문 속으로 쏙 들어가는 것까지 신기했다.
빵빵한 오디오 때문에 소리가 찍찍 거리지 않는 것도 행복했다.
마음껏 볼륨을 올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앞태와 뒷태가 완전 고급 차종으로 보이는 것도 좋았다.
가죽 시트도 좋고 ~.
푸르스름한 유리창도 마음에 들었다. 이래저래 마음에 들어서 흐믓하던 때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보내야 한다니 ~
어제는 남아 있는 기름 다 닳도록 쓴다고 아는 사람 불러 내서 두동 골짜기를 헤매다가 은편 임야 공매에 나온 주소를 친다음 산 중턱에까지 올라 갔다가 왔다.
그래도 기름이 한칸이나 남아 있었다.
검사 전날 5만원어치 넣었기 때문이다.
불합격은 생각도 안하고 ㅎㅎㅎ
물건들을 다 집으로 올려 놓고 따뜻한 꿀차를 한잔 탓다.
철희가 아는 사람이 보내온 비싼 꿀을 한번씩 타먹는데 기분이 헛헛해서 따뜻한 물에 좀 진하게 타서 홀짝 홀짝
드뎌 에코가방 들고 대문밖으로 ~
알맹이는 다 빼놓고 껍데기만 끌고 ~
그 껍데기가 진짜 알맹이이기는 하다.
네비와 블랙박스를 떼었더니 마치 보호장구가 한꺼플 벗겨진 느낌이다.
폰에 어제 물어본 폐차장 업체 중에서 폐차비를 제일 많이 부르던 업체 이름을 치고서 돌아 돌아 천천히 찾아갔다.
전화해서 가져가라고 해도 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끌고 가도록 놔둘 수가 없었서 직접 데리고 간 것이다.
소리도 얌전하고 최근들어 더 좋은 느낌이 들게 하는 그랜저.
현대 폐차장에 들어서서
"폐차하러 왔습니다."
사무실로 데려 간다.
"차량등록증과 신분증 주세요."
"차주가 다른데요."
"차주 신분증 주세요."
폰을 차에 두고 내린 것이 생각나서 얼릉 폰을 찾으러 내려 갔다.
어쩌면 폰도 같이 폐차될까봐 ~
"차주 분 신분증에 계좌번호와 폰번호 적어 주세요."
"얼마 준다고 물어 보셨나요?"
"네."
"얼마 준다고 하던가요?"
"90만원요."
"차량 말소 등록하는데 수수료가 2만원 들어요. 그거 빼고 입금합니다."
"네."
"이제 가셔도 됩니다."
"가면 되나요?"
"네."
"미련이 남아서 직접 왔거든요. 할게 없네요."
"어떻게 가시려구요."
"걸어가던지 버스타고 가던지 그거야. 뭐.
차가 아쉬워서 이러네요."
사무실 내부는 아무것도 없이 건조하기만 하다.
커피만 있는 기계 한대와 정수기
jinnssam이 마실 차종류가 하나도 없다.
휘휘 둘러 보다가 하릴 없이 말을 건다.
"돈은 언제 주시나요?"
"지금 넣고 있습니다."
"차량 말소증은 언제 나오나요."
"4시 전까지 전화 드릴께요."
"자동차 세를 선납했는데요.
언제 찾을 수 있을까요?"
"월요일 날 구청에 전화를 하세요."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 이리 저리 둘러 보다가 소리가 나는 안쪽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옆에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 분에게 물었다.
"저쪽에 가서 구경좀 해도 되나요?"
"어디를 가는데요?"
"저쪽 자동차 분해하는데 밖에서 좀 볼께요."
"아네 보세요."
산더미 차들 옆을 지나서 안쪽 차를 분해하는 곳을 들여다본다.
이동시키는 지게차로 차를 들었다 옮겼다 하다가 분해하는 곳에 한대 내려 놓는다.
그곳에는 흑인 분들이 3분 계셨다.
한분은 조임 나사를 푸는 공기압 기계로 자동차 조임나사를 풀고 있었다.
한분은 종류별로 떼어 내고 있었고 이동 지게차를 움직이던 분은 트럭에서 엔진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들어올리는 기계가 가끔씩 굉장한 소음을 울리며 엔진을 들어 올린다.
엔진 앞에 아까 사무실에서 봤었던 백인 분이 엔진이 올라 갔다가 내려 오는 걸 지켜 본다.
아까 10대분 310만원이라고 말했는데 엔진을 말했었나 보다.
jinnssam은 지금 tv에서 보던 한국 자동차 수출 현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보니 아프리카에서 직접 와서 자동차에 필요한 것들을 사간다고 한다.
지금 아프리카 자동차 상들이 찾아와서 차에서 필요한 것들을 분해해서 가져갈려고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돌아섰다.
돌아서서 나의 그랜져의 마지막 모습을 여기저기 방향을 바꾸어 마구 찍어댔다.
나의 그랜져를 한번도 제대로 찍은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https://blog.kakaocdn.net/dn/bUi7GK/btrX2njJrqP/4kNY2kyIW7gI8g7IaOQk5K/img.jpg)
사진을 찍고 폐차장을 나서는데 jinnssam의 차보다 훨씬 깨끗하고 고급차종들도 많이 와 쌓여 있었다.
그래도 그중에서 차문이 찌그러져 있기는 하지만 은색 차는 보이지 않는다.
파아란 유리창도 없다.
두리번 두리번 ~
위로거리를 찾다가 큰도로로 나섰다.
어떻게 집을 가지?
걸어갈까?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바로 맞은 편에 작년에 새로 개통한 전동 기차역 '개운포 역'이 보였다.
기차를 타볼까?
신호를 기다려서 도로를 건너 개운포 역사로 들어섰다.
우대권 하나를 끊어서 들어가려니까
"이미 사용한 표입니다."
어리둥절하다가 다시 표하나를 신분증을 기계에다 올려놓고 동그란 우대권 지하철 표하나를 더 받았다.
다시 개찰구에 올려놓고 나갔다.
나가서 옛날 울산역이었던 "태화강역"을 찾아보니 2시 31분 기차인데 폰에 2시 31분을 지나서 밖으로 나오려는데 나와지지 않는다.
어리둥절 어리둥절 ~
사람이 안보이는데 어디선가 말 소리가 기계 같은데서 나온다.
"왜 그러세요?"
"나가려고 하는데요?"
"넣고 나가세요."
"네."
구멍에 넣으니 출구 문이 철컥 열린다.
나와서 남은 하나도 넣으려고 서성거리니 또 말한다.
"왜 그러세요?"
"표가 남아서요."
"잠시 기다리셔요."
여자 분 한분이 홀쪽에서 나타난다.
"여기 표가 하나 남았어요. 모르고 두장 끊어거든요."
"어디 가려구요."
"태화강 역에요."
그때 시간을 보니 2시 30분이다.
내 폰이 시간이 빠른 모양이다.
"어 ~ 시간이 남았네요.
기차가 지나간줄 알았어요."
"빨리 들어가셔요."
다시 올려 놓았다.
"이 표는 사용한 표입니다."
라는 멘트가 또 뜬다.
직원이 직원 신분중을 출입구에 대고 올려 놓으니 통과하라는 신호가 뜬다.
재빨리 입구를 통과해서 사람이 있을
때만 움직이는 에스카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올라가서 쳐다보니까 저쪽에서 전동차 한대가 오고 있다.
종착역인 태화강을 향하는 전동차다.
전동차를 탔더니 제법 사람들이 많았다.
공짜 표인 65세 이상이 절반쯤이다.
그럴 수 밖에 인구의 절반이 베이비붐 세대.
60세 이상의 베이비 붐 세대 인구가 2500만명이라고 한다.
5000만명 중에서 베이붐 세대가 2500만이니 어쩔 수가 없다.
여기 저기 아무데를 가도 내 또래의 베이비 붐세대가 넘쳐 난다.
거기에 울산의 일인가구가 1/3 이라 하니 어디를 가도 홀로 떠도는 군상들을 만난다.
전동차에 탄 나머지 절반은 20대이다.
지금은 방학이라서 회사나 직장에서 일하지 않는 대학생이거나 취준생들이다.
종점에 내렸다.
태화강역 구내에서 유부김밥과 우동셋트를 먹었다.
눈치도 없이 카오스 주문을 하고 있는데 주방에 있던 잘생긴 40대 남자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말한다.
"브레이크 타임입니다."
"아 ~ 그래요?"
"만들어 드릴께요. 이쪽으로 오세요."
"카드 주세요. 뭐 시키겠어요?"
"우동하고 유부초밥 2개 셋트 주세요."
금방 나오는 우동과 유부초밥셋트를 앞에 하고 말을 걸었다.
"빨리 먹을께요.
쉴 시간을 뺏어서 죄송해요."
"재료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래도 늦게까지 장사하시려면 좀 쉬셔야 할텐데요."
"아무튼 빨리 먹어볼께요."
우동을 수저 속에 동그랗게 감아 올리며 국물을 먹고 입속으로 넣고 있는데 왠 아주머니 한분이 들어와 익숙하게 기계로 주문을 한다.
금방 유부초밥 2개가 나오고 아주머니는 금방 먹고 일어선다.
마음이 급해져서 더 빨리 먹으려해도 평소에 습관이 어디를 갈까나 ~
더 천천히 움직여지는 것 같다.
결국 우동을 입에 넣고 빨리 빨리 숫자를 헤아리며 씹어 본다.
지금 2시 55분이니 3시까지 먹어봐야겠다.
결국 2시 57분까지 먹고 식판을 들고 주방으로 갔다.
"나름 최고로 빨리 먹은 거예요."
남자가 빙긋 웃는다.
가게 출입문 앞에서 뒤 돌아보며 하고 싶었던 말을 결국 하고 말았다.
JINNSSAM아 그러지 말지 ~
"얼굴이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요.
대박 행복을 찾지 말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세요."
재빨리 말하고 출입문을 벗어나서 옆 카페 가게로 갔다.
들어가려고 문 앞에 서니 카페 안이 좁아서 빵 냄새가 꽉찬데다가 네군데 중에서 세군데에 사람들이 앉아서 떠드는 소리가 와글 바글 ~
놀라서 뒤돌아섰다.
나가는 곳이라는 화살표를 따라서 밖으로 나섰다.
울산역이 태화강 역으로 바뀐 후에 처음 와보는 곳이다.
역 앞에서 버스를 타려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왔다기 갔다리 ~
버스를 포기하고 역 앞 건너편에 있는 투섬 플레이스 커피 숖에 가기로 한다.
원래는 유부초밥을 먹고 브레이크 타임만 아니면 지금 쓰고 있는 이글을 다 쓰고 나서려고 했었다.
투썸에 가서 디카페인 핫라떼를 한잔 시켜 들고 3층으로 갔다.
밖에서 보니 3층에 사람이 없어서 조용해 보였기 때문이다.
3층에 올라가니 역쉬 사람이 없고 글쓰기 딱좋은 온도에 공간에 의자와 책상이다.
의자가 조금 딱딱해서 폭신하고 높이가 맞는 의자로 이리저리 바꾸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때 메세지가 떴다.
차량 말소 등록증이 메세지로 와 있었다.
입금도 되어 있다.
나의 그랜져가 폐차비와 차량 말소 등록증으로 바뀌어 들어와 있는 것이다.
![](https://blog.kakaocdn.net/dn/1WXLr/btrX2YRBmKN/fBdfeU4oyMEpzHdobSTJkK/img.jpg)
슬픈가?
아니다.
슬프지 않았다.
햇볕이 바늘처럼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슬프지 않았다.
밝은 대낮이 창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슬프지 않았다.
그냥 슬프지 않았다.
나의 그랜져를 폐차장에 데려 갈 때만 해도 슬펐었는데 거기까지였다.
안녕 나의 그랜저.
이미 JINNSSAM의 관심은 다른데 가 있었다.
대박 행복을 찾지 말고 소소한 행복 누리기로 ~
다음 주부터는 어떠한 소소한 행복을 누릴까로 ~
안녕 ~
나의 그랜져.
오늘은 여기까지 너의 이야기를 쓸께.
![](https://blog.kakaocdn.net/dn/JXePv/btrX4kl0wj0/HyuyKWS5mqwsWVIdN56C51/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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