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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life of JINNSSAM

행복한 이별

by 영숙이 2023.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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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이별 >  

 

무엇이 우리를 눈물 흘리게 할까?

살다 보면 눈물 흘릴 일이 있다.
가슴 아픈 일.
속상한 일.
분한 일.
어이 없는 일등등.

기뻐서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기도 한다.
추억에 잠기다가
어렸을 적에 있었던 일 때문에

하고 많은 일들 속에
세입자때문에 울컥했다면 ~

동우씨는 우리 집에 30살에 와서 15년 넘게 살아 이제 40대 중반이 되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는 잘 친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살아가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서로의 살아가는 모습을 알게 된다.

동우씨는 정말 착실했다.
한번도 월세를 어긴 적이 없었다.
15년 넘도록 한번도.

올해부터 도자기 공방에 다니면서 회비 10만원 넣는데도 제 날자에 못넣고 이래저래 하루 이틀 ~  일주일 뒤에 넣기도 한다.

한번도 월세를 제날자를 어긴 적이 없다는 건 정말 성실하다는 증거다.

살면서 전화 통화는?
스무번을 넘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한번 전화를 해서 자기 집 문에 누군가 담배 피운다고 나가서 피우라고 써붙여 놨다고 전화를 했다.

'아마도 옆에 옆에 사는 분이 그러신 것 같은데요. 그분은 오지랖이 넓어서 그러니 그러려니 하세요.'

카페 할 때 미니블럭을 몇번 준 적이 있었다.
유선방송과 인터넷 연결 때문에 들어갈 일이 있었는데 조립된 미니 블럭들이 티비 옆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부모님은 기독교 인이시라 집에 가면 교회에 가는데 동우씨와 함께 사는 동생은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예수 믿으세요.'
'교회 다니세요.'

그러면 빙긋이 웃기만 했다.
우리 집에 오래 살다보니 세탁기와 냉장고를 바꾸어 주고 도배도 새로 해주었다.

베란다에 타일도 붙여 주고 ~
월세도 35만원에서 30만원으로 그러다 25만원까지 내려 주었다.

월세를 내고 월세를 받는 입장이었지만 함께한 인연이라는 게 있다.

베란다 문을 잘 열어 놓으면 좋으련만 항상 닫아 놓아서 환기가 안되는 바람에 베란다 천정과 벽에 곰팡이가 많이 피었다.
  건강에 안좋을까봐 좀 열어 놓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는 방식을 지적질하는 것 같아서 참았었다.

지난 달인가?
늘 세입자들에 대하여 기도를 하는데 무연히 동우씨에 대한 기도가 나왔다.

'동우씨를 예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동우씨가 이제 아파트를 사서 이사가기를 원합니다.'

스스로도 깜놀.
잘지내고 있는데 굳이 이사가게 해달라고 하나님에게 전화를 했네?
그리고 잊었다.
잊지 않을만큼 세입자들을 위해서 기도할 때 같이 기도를 했었다.

한달 쯤 지났나?
갑자기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2주후에 이사를 간단다.

이사를 간다는 날 만났다.
그냥 은행 계좌를 받아서 입금 시켜 주면 끝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집 앞에서 기다기고 있었다.
우선 축하 한다고 악수를 했다.

'축하해요.
아파트 사서 이사 간다니 정말 잘했네요.
그냥 계좌번호로 입금해도 되는데 얼굴이라고 보려고 왔어요.'
'저도요. 얼굴 보고 인사하려고 기다렸어요.'
'잘했어요. 정말 잘했어요.
안아줄께요.'

가볍게 어깨를 토닥토닥 ~

'동생은요?'
'동생은 오늘 출근 했어요.'

동생은 낯을 무척 가리는 편이다.
아마 여기에 오는 것을 싫어 했을 것이다.

짐을 차에 실어 시간이 날때마다 조금씩 옮겼다고 했다.

'몇평 샀어요?'
'32평요.'
'얼마 주고 샀어요?'
'2억 7천이요.'
'정말 잘했네요.'
'혼자 샀어요?'
'동생하고 보태서 샀어요.'
'그랬구나.'

원룸에 들어가서 세탁기와 냉장고를 언제 바꾸었는지 이야기를 했다.

'언양에 반천 아파트가 있는데 23평이 8천만원이어요.'
'여유가 있으면 사서 수리해서 월세 받으면 되요. 보500에 월 35만원 받을 수 있어요.'
'나이들어서도 계속 일할  수 없으니까 노후를 생각해서 임대할 수 있는 부동산을 생각해봐요..'
'비싼거 사면 안되구요. 송정은 분양가보다 2배 올랐다가 지금 제자리라더라구요.
2배 주고 산 사람은 써보지도 못하고 대출낸 것을 다 갚아야하잖아요.'
'싼아파트를 사면 월세도 받고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켜봐요.
부동산은 네이버 부동산이 최고인거 같아요.'
'백날 이야기해도 안듣는 사람도 있지만 조금만 힌트를 줘도 퍼뜩 알아듣고 실천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교회는요?'
'집에 가면 다니는데 여기서는 ~ '
'하나님이 예비해두신 배우자가 있을텐데 달라고 해야 주셔요.'
'교회에 가서 배우자에 제한을 두지 말고 달라고 기도하셔요.'

대답을 안한다.
결혼에 뜻이 없다는 건 알겠다.
자신처럼 키작은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게 두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주신다면 키큰 자녀이든 키작은 자녀이든 감사함으로 키우면 된다.

다시 한번 악수를 하는데 괜히 눈물이 핑돈다.

이유가 없다.  
왜 눈물이 나오려 했을까?
신기하다.
동우씨도 같은 기분일까?

차를 타는 것을 보고 돌아서 왔다.

행복한 이별이라는 생각이 든다.
헤어지면서 동구쪽에 놀러오면 전화를 하라고 말한다.
전화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잘되어서 떠나니까 너무 좋다.
행복하다.
행복한 이별이란 이런 거구나.

동우씨
항상 건강하고 잘지내셔요.

주일날 예배시간에 진심 동우씨를 위해서 기도를 했다.
크게 써주시고 귀하게 써달라고 ~
선하고 지혜로운 믿음의 배필 최고의 배우자를 달라고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

선한 세입자에 대한 눈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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